[초록보행길 서울역 고가] ‘공원화’ 마중물 삼아 주변 5곳 도시재생 가속도
‘서울역 7017 프로젝트’는 낡아 철거해야 할 서울역 고가도로를 리모델링해 사람이 다니는 공중 보행길로 재탄생시키는 사업이다.
17개의 보행길과 연결되는 고가가 내년 4월 개통되면 서울역 일대는 사람들의 발길로 북적이는 보행친화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서울역 보행 고가는 도심 속 새로운 랜드마크로,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단절되고 침체된 서울역 주변의 재생을 촉진하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28일 “서울역 보행고가는 동서 간 막힌 혈맥을 뚫어 주는 기능을 하게 될 것”이라며 “특히 침체됐던 서울역 서부지역이 재생돼 경제 활력이 확대되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별 특·장점 살린 맞춤형 도시재생
서울시는 서울역고가 공원화 사업과 함께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역과 이에 인접한 동쪽의 남대문시장, 회현동과 서쪽의 중림동, 서계동 등 5개 지역이 직접적인 대상이다.
마포구 공덕동은 서울역에서 떨어져 있지만 서울역고가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어 함께 지역 활성화 사업이 추진된다.
시는 지역별 고유의 장소적 특·장점을 극대화해 맞춤형 도시재생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중구 중림동 일대에는 우선 역사적 자산을 활용해 탐방로를 조성한다. 1892년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성당인 약현성당, 인근의 1970년 준공된 성요셉아파트, 가톨릭 순교지인 서소문역사공원, 손기정체육공원 등이 거점이 될 전망이다. 또 서울역고가와 연결되는 보행길에서 지하철 2호선 충무로역까지 이어지는 중림로를 맛집과 카페 등이 어우러진 보행문화거리로 특화시켜 나갈 계획이다.
용산구 서계동은 새로운 지역 문화거점으로 구상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만리재로 가로수길과 국립극단길을 조성하고 장기적으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협력해 현재의 국립극단을 복합문화시설로 개발할 계획이다.
남대문시장은 발전계획을 수립해 문화와 예술이 함께 하는 글로벌 전통시장으로 재생시켜 나간다.
가공배전선 지중화, 시장 주변 주차장 검지기 설치 등이 추진된다. 또 다양한 특화상품을 개발해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관광명소화할 계획이다. 시장 인근 퇴계로는 차로 개편 등을 통해 사람의 발길이 유입되는 보행친화 공간으로 재조성된다.
회현동은 다양한 건축자산을 활용해 도심 관광명소로 조성할 계획이다.
회현동 탐방로 조성, 한양도성·남산 연결가로 조성 등이 추진되고 회현 제2시민아파트 사업도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역은 역사도시 서울의 관문이란 상징성을 살리는 한편 미래 100년을 내다보는 비전을 수립할 계획이다.
서울역사 앞 광장도 본래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정비한다. 유라시아 철도시대에 대비해 회의장, 전시·컨벤션 시설, 호텔 등 국제업무 인프라를 도입하고, 복합문화시설을 확충하는 방안도 철도청의 북부역세권 개발과 연계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지역별로 특화된 재생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전체 지역을 연결하는 크고 작은 순환형 탐방로를 조성하기로 했다. 서울역고가와 연결된 17개 보행길은 마을 골목길까지 확장되도록 할 계획이다.
시는 서울역 도시재생을 위해 올해 545억원 등 2018년까지 총 1469원을 투입한다. 거주·보행환경 개선에 721억원, 산업·문화·경제 활성화에 691억원 등이 쓰이게 된다.
김장성 서울시 서울역재생계획팀장은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의 큰 그림이 이렇게 그려졌지만 주민 등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계획이 일부 변경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과 민간이 소통하는 도시재생
시는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을 본격 추진하기 위해 지난 4월 도시재생본부 공공재생과에 3개의 전담팀을 두고 인원도 기존 3명에서 11명으로 늘리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선진국의 도시재생 경험을 공유하고 서울역 일대 재생에 필요한 시사점을 얻기 위해 분야별 국제워크숍도 진행하고 있다. 또 총괄계획(MP·Master Planner)을 둬 지역별 사업을 유기적·통합적으로 관리해 나가고 있다.
이달 초에는 중림동 현장에 도시재생지원센터를 개소했다. 지역별 코디네이터 등으로 구성된 센터는 공공과 주민들을 연결하는 접점조직이다.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지역별 재생사업에 적극 참여할 주민자치조직을 구축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백해영 도시재생지원센터장은 “공공이 일방적으로 주도해 가는 기존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공공과 주민이 긴밀하게 소통하는 가운데 지속가능한 지역 재생이 이뤄질 수 있도록 주민 역량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