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현2구역 아현동성당과의 소송에서 승소
서울행법, 북아현2 조합 승소 판결
조합, 성당이 수년간 존치 요구하자 ..성당 제외한 사업시행계획으로 변경
성당 측 인가 후 돌연 취소소송 제기..소유자 미동의·일조권 침해 등 주장
법원 “존치 소유자 동의 근거 없어…존치 따른 일조권 침해 등 감내해야”
재개발구역 내 성당의 요구로 이전·신축 대신 존치로 사업시행계획을 변경했다면 당사자의 동의를 받지 않았어도 변경인가가 유효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또 존치 이후 일조권 등이 일부 침해되더라도 사전에 인식이 가능했던 만큼 감내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판단도 나왔다.
서울행정지방법원 제1부(재판장 양상윤)는 지난 24일 천주교 재단이 서대문구청과 북아현2촉진구역 재개발조합을 상대로 낸 ‘사업시행계획인가 취소’ 소송에 원고 기각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북아현2구역은 현재의 사업시행계획을 토대로 재개발사업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번 소송은 구역 내 성당의 존치를 두고 사업시행계획을 변경한 것이 발단이 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북아현2구역은 지난 2009년 3월 서대문구청장으로부터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재개발사업을 추진해왔다. 이보다 앞서 지난 2005년 북아현동 일대는 북아현 뉴타운지구로 지정되고, 2006년 도시재정비법이 제정됨에 따라 북아현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고시됐다.
이후 서울시는 2008년 재정비촉진지구 변경지정과 함께 재정비촉진계획을 결정·고시하게 된다. 당시 재정비촉진계획상 아현동성당은 기존 건물을 철거한 후 위치를 이전해 신축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에 따라 성당 측은 구청장에게 성당이 존치된 상태로 정비사업이 시행되기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조합은 총회 결의를 거쳐 성당을 이전·신축하는 내용으로 사업시행계획서를 작성해 인가 신청을 했다. 구청에서도 해당 내용대로 사업시행계획인가를 고시했다.
이후 성당 측이 수년 동안 지속적으로 조합과 서대문구청에 성당 존치를 요구함에 따라 2020년 성당을 존치하는 내용이 포함된 재정비촉진계획 변경결정이 고시됐다. 이에 조합은 총회 결의를 거쳐 존치구역인 성당을 제외한 나머지 구역에 대한 사업시행변경계획서를 작성했고, 2021년 구청으로부터 변경인가를 받았다.
하지만 성당 측은 당초 인가 받은 사업시행계획상 철거가 예정된 건축물을 존치하는 것으로 변경하는 경우에는 존치 건축물 소유자의 동의를 받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성당의 서면동의를 받지 않은 채 존치로 변경한 것은 도시정비법 위반으로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취소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 사업시행계획 변경으로 일조권과 조망권, 사생활 침해가 발생하는 점도 문제를 삼았다. 아파트 신축으로 인해 일조시간이 줄어들어 일조권 침해가 발생하고, 도로 신설로 인해 성당의 피난 계단 부지를 일부 침범해 안전에도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 법원 “사업시행변경으로 존치 시 소유자 동의 법적 규정 없어… 일조권 침해 등 사전 인지해 감내한 것으로 봐야”
먼저 법원은 성당의 존치 동의 주장에 대해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도시정비법에는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거나, 인가받은 내용을 변경 신청하기 전에 조합원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사업시행계획서를 작성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존치 또는 리모델링되는 건축물 소유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사업시행계획서를 작성하는 경우 존치·리모델링되는 건축물 소유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규정은 있지만, 변경을 통해 존치·리모델링되는 경우에는 소유자에 대한 동의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업시행계획의 변경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동의를 받아야 하는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재판부는 “재정비촉진계획 변경결정과 고시를 통해 아현동성당이 존치되는 것으로 변경되고, 조합이 변경결정에 따라 사업시행변경계획을 작성한 이상 원고의 동의를 얻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사업시행변경계획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나아가 재판부는 조합의 사업시행계획으로 인해 일부 일조권 등이 침해되더라도 사전에 인지했던 만큼 감내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성당은 동지일 연속 2시간 또는 총 4시간 이상의 일조이익을 누리고 있지만, 사업시행계획에 따라 아파트가 신축될 경우 일조권 침해가 발생한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종교시설 건물의 일조 효과가 주거용 건물과 다르고, 일조권 침해로 인한 피해의 정도도 주택과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특히 당초 사업시행계획에는 성당 부지 인근에 수개 동의 고층 아파트가 건축될 것으로 계획되어 있었던 만큼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봤다. 그럼에도 사업시행변경계획 인가를 위한 공람기간에도 존치를 요구한 것은 침해를 감내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사업시행변경계획에 따라 신축될 아파트의 구조 및 배치, 이격거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원고에게 수인한도를 넘어선 조망권과 사생활 침해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일조권, 조망권 등을 일부 침해받게 된다고 하더라도 사업시행계획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과 다른 조합원의 재산권 등이 원고의 불이익보다 작다고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출처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http://www.ar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