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평면을 거론할 때 가장 중요시되는 것이 바로 베이(Bay)다. 베이란 전면 발코니를 기준으로 내벽(기둥)과 내벽(기둥)사이의 한 구획을 뜻하는 건축상의 용어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파트 평면을 구분 지을 때 많이 사용하는데 발코니에 접한 거실이나 방의 개수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즉 아파트 배치(향)의 중심이 되는 전면 발코니에 거실과 방이 1개씩 접해있다면 2베이, 거실을 사이에 두고 방이 양쪽으로 접해있다면 3베이라고 한다. 30형대 이하 중소형아파트의 경우 전통적으로 2베이가 선호되었다가 최근 들어서는 3베이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아무래도 2베이보다는 3베이가 채광이나 통풍 및 개방감이 좋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주택업체의 신평면 개발 경쟁이 치열해져 2베이, 3베이 외에도 거실과 2.5개의 방이 발코니에 접한 3.5베이, 거실과 3개의 방이 접한 4베이 등의 구조도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치면 오히려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라는 말이 있다. 중소형 평형에서야 3베이까지는 어느 정도 통용되거나 그 장점이 부각될 수는 있어도 4베이를 넘어선 평면 구조는 어딘가 모르게 어색할 수 있다는 얘기다.
즉 발코니에 접한 거실이나 방 개수가 많다고 반드시 좋은 것이 아니라 주택형 규모에 따라 베이 구조도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실례를 들어 설명해보자.
최근 강남권 전세가가 한참 상승하자 지역 분위기를 살펴보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 입주 완료한 잠실의 한 아파트를 찾은 적이 있다. 이 아파트의 30형대 아파트는 108A㎡, 108B㎡, 109㎡ 세 개 타입. 똑 같은 30형대 아파트였지만 인근 중개업소로부터 전세나 매매물건을 소개받고 타입별로 살펴본 내부는 사뭇 달랐다.
우선 108A㎡ 타입[그림1] 전면 발코니에 거실과 방 2개가 접해있는 3베이 구조를 이루고 있다. 무게 중심이 발코니 방향으로 쏠려 있지만 정방형에 유사한 평면으로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평면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거실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방이 배치돼 있어 거실이 다소 협소하고 거실과 주방 일체형으로 주방이 모두 개방돼 있다는 단점은 있다.
다음으로 108B㎡ 타입[그림2] 전면 발코니에 거실과 방 1개가 접해 있는 2베이 구조이다. 전통적인 평면으로 30형대 이하 중소형 아파트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평면이다. 무게 중심이 북쪽에 쏠려 있고 자녀들이 사용하는 방 역시 북쪽에 배치돼 있어 다소 어둡다는 것이 단점이다.
그러나 이 타입 역시 정방형에 유사한 평형으로 안정감이 있으며, 북측과 남측 발코니 활용도가 높고 남ㆍ북측 발코니 개방 시 자연통풍이 원활하다는 장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109㎡ 타입[그림3]을 보자. 거실을 비롯하여 방 3개 모두가 발코니 전면에 길쭉하게 배치돼 있는 가로장방형의 4베이 구조다. 남측 발코니에 거실이나 방이 모두 접해있어 자연채광이 다른 타입보다 월등히 우수하고 겨울철에 난방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반면 4베이 특성상 평면의 무게 중심이 남측 발코니 쪽에 치우쳐 있어 평면구조가 다소 불안정하고 가로 폭이 긴데 반해 북측(부엌, 화장실, 현관 쪽)과 남측(발코니 쪽)의 세로 폭이 좁아 다소 답답한 느낌을 준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방과 방 또는 방과 부엌과의 동선이 길어져 보일뿐만 아니라 해가 없을 때에는 내부가 터널 같은 느낌이 들고 북측이 꽉 막혀있어 오히려 2베이나 3베이에 비해 자연 통풍이나 환기가 더 안 된다는 것도 문제다.
이러한 이유로 이 아파트의 109㎡ 타입은 면적에서는 108㎡ 타입보다 1㎡가 크면서도 전세가나 매매가가 108㎡ 타입보다 낮게 형성되어 있다. 내부 평면구조가 시세에도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4베이 구조가 40형대 또는 50형대에는 적합한 평면이 될 수 있겠지만 30형대가 4베이를 담기에는 아무래도 무리라는 점이 여실히 증명된 셈이다. 아파트 선택 시 그 공급면적에 맞는 적절한 평면구조를 이루고 있는지도 한번 따져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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