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서초구

압구정 재건축 다시 시작

후암동 미래부동산 2013. 6. 13. 12:10


'대한민국 부촌 1번지'로 불리는 압구정 아파트지구가 다시 한번 재건축사업의 돛을 올렸다.

24개 단지 1만355가구가 들어서 있는 압구정지구는 향후 강남 재건축시장의 최대 변수로 꼽히는 곳이다. 특히 4·1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호가가 상승하는 분위기여서 재건축 바람이 거세게 불면 주택시장 회복의 촉매제 역할을 해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곳을 둘러싼 재건축 바람은 매번 초기단계에서 수그러들기 일쑤였다. 때문에 이번 역시 현장의 분위기는 생각처럼 뜨겁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8년째 난항을 거듭 중인 압구정 재건축사업이 이번에는 과연 순항할 수 있을까.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면제 '마지막 기회'

서울 강남구청 및 구의회 등은 지난 4월15일을 전후로 압구정 현대아파트와 한양아파트 등 4개 주구, 22개 단지 9027가구가 일제히 안전진단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늦어도 연말까지는 안전진단 통과 여부가 결정될 전망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부채납률 조율 등의 문제로 통합개발에 난항을 겪어오던 사업이 드디어 시동을 건 셈이다. 향후 안전진단 결과 D등급 이하 판정을 받으면 조합설립인가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1976년부터 조성된 압구정지구는 한남대교와 성수대교를 사이에 두고 신현대·구현대아파트와 한양아파트, 미성아파트 등이 횡으로 펼쳐져 있다. 그중 가장 규모가 큰 주구는 2주구로 8개 단지 3859가구로 구성돼 있다. 그 다음 규모로 3주구와 1주구가 각각 6개 단지 2572가구와 3개 단지 1924가구를, 4주구는 3개 단지 672가구가 밀집해 있다. 1987년 입주한 미성2차를 제외하면 모든 단지가 20~40년의 재건축 연한을 충족한 상태다.

이번에 압구정지구 단지들이 일제히 안전진단을 신청한 것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면제혜택을 받는 것이 최우선 목표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는 재건축 가격 폭등을 막기 위해 지난 2006년 도입된 것으로 재건축으로 인한 시세차익의 최대 50%를 정부가 거둬들이는 제도다. 현재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시장이 침체되면서 2014년 말까지 적용이 유예된 상태로 입주자들에겐 지금부터 내년까지가 마지막 기회다.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된 기부채납률 문제가 조정안을 찾은 것도 재건축 재추진의 원동력이 됐다. 서울시는 지난 4월 한강 중심의 도시공간 구현과 공공성 회복, 접근성 향상 등을 위해 초고층개발계획을 폐지하고 도시경관 구조 및 위계에 맞는 관리방안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압구정지구의 기부채납률을 기존 30%에서 15%로 낮추고 최고층수는 35층으로 제한했다.

압구정 주민들은 그동안 부지의 30%를 시에 떼어주고 재건축을 할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자산가치가 떨어진다는 우려 때문에 오세훈 전 시장의 한강르네상스 계획에 반발해왔다.
 
◆실패의 역사 되풀이한 압구정 재건축

사실 압구정지구가 재건축사업의 돛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본래 이곳은 부동산 활황기였던 지난 2006년 재건축 통합개발이 추진됐다. 당시 오 전 시장이 한강르네상스 계획의 일환으로 50층 이상 초고층 재건축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나서면서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기대감은 곧바로 좌절로 바뀌었다.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3.3㎡당 4000만원 이상 유지되던 아파트 매매가가 붕괴되면서 -6.52%의 가격 하락 위축기를 겪게 되고 재건축 논의도 시들해졌다.

2009년 초부터 다시 '한강 공공성 회복선언'에 대한 구체적 실행 밑그림인 한강변 전략 및 유도정비구역 지구단위정비계획안이 가시화되면서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팽배해졌다. 이때 이 지역 아파트 매매가가 3.3㎡당 4301만원을 기록하며 다시 뛰어 올랐다.

하지만 초고층 개발을 전제로 한 시의 1~4주구 전체 통합개발 강요 및 25% 기부채납 요구, 압구정공원의 조성비용 전가 등이 압구정지구 주민들의 반발을 일으키면서 사업은 답보상태에 빠지게 됐다.

여기에 2011년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면서 한강 르네상스개발 계획이 수정되고 해당 초고층 재건축 계획도 함께 폐기됐다. 이후 주택시장이 깊은 수렁에 잠기면서 압구정동 집값은 4년째 내리막길이다.

그 때문일까. 그동안 재건축 추진이 수차례 무산된 탓에 압구정지구 입주민들의 반응은 그다지 뜨겁지 않아 보인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업자들의 설명이다. 인근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이런 일이 한두번이냐"며 "재건축 판정이 나고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돼야 가격 오름세나 거래 동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엔 순항할까

시장의 미지근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꿈틀거림은 있었다. 올 초 마이너스대(-0.77%)의 내림세로 출발한 압구정동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은 4월부터 0.14%로 반등에 성공하더니 5월까지 2개월 연속 상승 중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3주구 현대8차 공급면적 116㎡의 경우 3월 초에 비해 6000만원 상승한 10억7500만원을 기록 중이고, 2주구 현대3차 109㎡도 동기대비 2500만원 상향된 9억8500만원에 호가되고 있다.

특히 3주구 한양1차 전용면적 63㎡(8억~8억5000만원)와 2주구 현대3차 82㎡(9억2000만~10억5000만원), 4주구 한양7차 84㎡(11억~12억원) 등은 집값이 6억원을 넘지만 전용면적은 85㎡를 넘지 않아 1가구 1주택자가 보유한 기존주택을 연내 매입한다면 양도소득세 5년 감면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업계 측의 설명이다. 4·1 부동산 대책으로 압구정지구 2822가구가 양도세 면제 대상에 추가된 것이다.

더불어 업계는 이번만큼은 압구정지구가 재건축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다만 추진위원회 구성과 조합 설립 등의 절차를 거쳐 사업이 끝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미지수라는 반응이다. 현재 한양7차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단지가 추진위원회도 구성하지 못한 걸음마 단계라 앞으로 갈 길이 멀다.

게다가 기부채납비율은 낮아졌지만 최고층수가 35층으로 하향 조정되면서 일반분양을 통한 사업비 분담비율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재건축 가능성이 과거보다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공공관리제 적용 등 사업진행이 종전보다 까다로워진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압구정지구에 대한 투자전망에 대해 "재건축 사업이 추진된다 하더라도 본격적인 궤도까지 오르기에는 일정시일이 필요하니 단기 시세차익 기대감에 무게를 두는 것보다 실수요 목적의 중대형 교체수요로 접근하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 주구(住區 Neighborhood Unit) = 도시계획 접근 기준의 하나로, 어린이들이 도로를 가로지르지 않고 안전하게 초등학교에 통학할 수 있는 도보권을 기준으로 설정되는 단위 주거구역. .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